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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수달하나 2019. 4. 1. 11:50

서울대학교 필독서 100순위 안에 들어가는 유명한 책으로 개정판이 출간될 때 마다 항상 베스트 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이기적유전자]. 과연 그 명성만큼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가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겠지만 나에겐 예상했던 것 보다 기대 이하였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해 토론을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던 우리 팀원들에게 심사숙고하여 나온 책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아마 작가에게도 그리고 우리 팀원들에게도 또한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일단 나는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화설을 믿는다. 누가 듣기에는 무슨 말도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나는 그렇다. 따라서 책을 읽는 과정에 있어서 어느 쪽에 마음을 담아 읽지 않고 매 순간순간을 객관적으로 책이 말하는 것을 따라갔다. 책의 본론 내용이 나오기 전 프롤로그 부분에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문구는 책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책을 완독한 그녀가 허무증에 시달려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다는 것, 어쩌면 허무증이라는 단어보다 그녀의 삶의 색깔을 바꿔 놨다는 그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웠을 것이다. 따라서 난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머리에 무엇인가 크게 울릴 만한 한 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영화가 있었다. 극한직업이라는 단순 코미디 장르인데 주변 친구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꼭 보고싶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다 봤을 때쯤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상영이 끝나고 빠져나갈 때 큰 흥행을 할 만큼 재미있나 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주변의 감언에 속아 넘어 간 것 같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것이다. 다만 주변은 반응 보다는 확 끌리는 책 제목에 속아 넘어갔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했던 [이기적유전자]는 유전자가 담고 있는 특성을 인간사회속에서 인문학적으로 풀어 낸 책 인줄 알았는데 계속 읽어보니 완전한 생물책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생물학적 내용이 심화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오히려 책이 작은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생물학적 지식들만 있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팀원들 과의 토론 이후에 안 사실인데 개정판 마다 약간씩의 설명이 다른 것 같다. 본인은 책을 가장 최근 개정판으로 읽어서 내용이해가 쉬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개정되기 전의 책을 읽은 다른 팀원들 중에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간혹 있다고 했다.) 내용의 어려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 책을 읽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내용전개 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다 점점 지치게 되고 이것은 곳 책을 읽기 힘들다가 되었고 책을 읽기 힘드니 책 자체가 어려워졌다. 책을 거의 다 읽은 순간엔 단순히 동식물적 인과 관계의 모든 것을 유전자 적인 입장으로 풀어낸 책이니 그냥 생물책과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진화에 대해 오직 유전자를 기준으로 설명하는 독특한 책이지만 말이다. 물론 어떠한 책을 읽더라도 머릿속에 남는 것이 존재하듯 이 책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저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하는 메세지를 던져준다. 하지만 생물학적인 관심이 많지 않다면 그게 큰 대수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생물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그 누군가가 [이기적유전자]라는 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할 때 긍정적인 부분으로 얘기할 것 같지 않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을 다 읽어도 책이 설명하는 가장 궁극적 목표인 인간은 유전자를 옮기는 기계인가 아니면 하나의 독자적 객체인가에 대한 답 아니, 최소 답은 아니더라도 한 두 마디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운은 남아야 하지만 그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내 머릿속을 때려 박는 임팩트가 너무 때문이다